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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환자와 가족에겐 너무나 불리한 싸움
지난해 울산대 산학협력단이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학술연구용역과제 보고서 ‘환자 안전 증진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 개발’을 보면, 미국·프랑스·스웨덴·브라질 등 여러 국가에서는 병원 내 위해사건(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이 아닌 의학적 처치로 인해 발생한 손상) 발생 현황에 대한 조사가 있었다. 이러한 조사를 종합한 연구에 따르면, 입원 환자 가운데 9.2%가 위해사건을 겪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고 초반에 진료 관련 기록 모두 확보해야
앞서 1999년 미국 의학원(IOM)은 ‘인간은 누구나 실수한다’는 보고서를 통해, 예방 가능한 의료과오로 숨진 환자 수를 연간 4만4천~9만8천 명으로 추산했다. 국내에선 의료과오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진행된 적이 없어 정확한 피해자 수를 추산하기 어렵다. 그러나 피해를 호소하는 환자·가족은 늘고 있다.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해 1100건으로 2002년 665건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의료진을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지난해 569건이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 의료사고란, 보건의료인의 진단·검사·치료·의약품 처방 및 조제 등의 행위로 인해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의사가 신이 아닌 이상, 치료 과정은 어느 정도 위험을 담보로 한다. 의사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 잘못이 있었음을 입증해야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의학 지식이 없는 환자·가족들이 의사의 잘못을 밝혀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약 의료과오로 인한 피해가 의심된다면 사고 초반에 진료기록부를 비롯한 진료 관련 기록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 전문용어나 영어가 많이 쓰여 있어 알아보기 쉽지 않지만, 간호 일지 등 환자의 상태 변화를 우리말로 적은 부분이 있기도 하다. 담당 의사에게 면담을 요구해 사건 경위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다. 이때 녹음을 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나면 설명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환자가 직접 치료 과정을 시간 경과대로 써본 뒤 의문이 드는 부분에 대해 의료계에 종사하는 지인이나 의료 상담이 가능한 한국소비자원, 의료소비자연대, 의료 전문 변호사 등에게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다. 사망에 이른 경우, 고 신해철씨 사례처럼 부검을 고려해봐야 한다. 경찰에 변사사건으로 신고해야 검사 지휘를 통해 부검이 진행된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윤태중 변호사(법무법인 태신)는 “외국의 경우 사인이 불분명하면 대부분 부검을 한다. 우리는 부검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의사의 과실 감정은 또 다른 의사가
환자와 가족들이 선택할 수 있는 피해 구제 방법으로는 당사자 간 합의, 제3자가 분쟁 해결을 도와주는 조정, 제3자가 개입해 결론을 강제하는 중재, 소송을 통한 판결 등이 있다. 의료사고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환자를 구제하려는 목적으로 2011년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무려 23년간의 제정 노력 끝에 만들어진 법이다. 2012년 4월 의료분쟁 조정·중재 및 상담기관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설립됐다. 중재원 내에 설치된 감정단이 의사의 과실 유무 및 인과관계 등을 검토해 의견을 낸다. 이러한 감정에는 의사뿐 아니라 법조인, 소비자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환자나 병원 모두 조정 신청을 할 수 있지만, 당사자 한쪽이 참여하지 않으면 조정은 자동으로 각하된다. 의료기관의 불참으로 2014년 4월 말까지 조정 개시율은 42.1%에 불과했다. 다만 조정이 개시된 사건 가운데 약 90%는 합의에 이르렀다. 중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조정이 성립된 511건의 평균 손해배상 금액은 674만원이었다. 손해배상 금액 수준이 합리적이었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사안이 복잡하고 손해배상 규모가 큰 사건일수록 병원은 조정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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